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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코코》를 보면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펼치는 모험 이야기처럼 보인다. 화려한 색감과 신나는 음악 덕분에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도 강하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한다. 《코코》는 꿈을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기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Remember Me’는 처음과 마지막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본정보
제목: 코코 (Coco)
개봉: 2017년
감독: 리 언크리치
제작: 디즈니·픽사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가족, 음악
러닝타임: 105분
멕시코의 명절인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을 주요 소재로 한다. 죽은 가족이 1년에 한 번 살아 있는 가족을 찾아온다는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미겔이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줄거리
주인공 미겔은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고 뮤지션이 되는 것이 꿈인 소년이다.
하지만 미겔의 집안에는 이상한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음악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래전 미겔의 고조할아버지가 음악가의 꿈을 위해 가족을 떠난 이후,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음악을 집안에서 금지했다. 이후 가족들은 대대로 구두를 만들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미겔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데 라 크루즈를 동경하며 몰래 기타를 연주한다.
죽은 자의 날, 미겔은 우연히 오래된 가족사진을 통해 에르네스토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미겔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살아 있는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조상의 축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멜다는 음악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만 미겔을 돌려보내려 한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미겔은 자신의 조상이라고 믿는 에르네스토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죽은 자들의 세계를 떠돌고 있는 헥터를 만나게 된다.
등장인물
미겔
음악을 사랑하고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이다.
가족이 음악을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막는 가족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죽은 자들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가족의 과거를 알게 되고, 꿈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헥터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미겔을 도와주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능청스럽고 가벼운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변화한다.
살아 있는 세계에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아 ‘최후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
에르네스토 데 라 크루즈
미겔이 가장 존경하는 전설적인 음악가다. 미겔은 그를 자신의 조상이라고 믿으며 만나기 위해 죽은 자들의 세계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그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큰 반전이 시작된다.
마마 코코
미겔의 증조할머니이자 영화 제목의 주인공이다.
나이가 많아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에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다.
관전포인트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기억’이다.
《코코》의 세계에서는 사람이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동안 죽은 자의 세계에서 계속 존재할 수 있지만, 자신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마저 잊어버리면 완전히 사라지는 ‘최후의 죽음’을 맞는다.
그래서 영화 속 사진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단에 놓인 가족사진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과 세상을 떠난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두 번째는 ‘Remember Me’의 변화다.
처음에는 에르네스토가 부르는 화려한 대표곡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노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마지막으로 미겔이 꿈과 가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는 꿈을 포기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겔은 자신이 존경했던 에르네스토가 실제 조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짜 고조할아버지는 바로 헥터였다.
헥터가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하자 에르네스토가 그를 죽이고 그의 노래까지 빼앗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헥터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그의 딸 코코였고, 나이가 든 코코가 아버지를 잊게 되면 헥터 역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살아 있는 세계로 돌아온 미겔은 기억이 희미해진 마마 코코에게 기타를 들고 ‘Remember Me’를 불러준다.
그러자 코코는 어린 시절 아버지 헥터가 자신에게 불러주었던 노래를 기억해낸다.
이 장면에서 ‘Remember Me’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그 노래는 원래 유명해지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아버지가 사랑하는 어린 딸에게 불러주었던 노래였다.
그리고 코코가 아버지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헥터는 다시 가족의 기억 속으로 돌아온다.
총평
코코는 화려하고 즐거운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생각보다 깊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영화가 죽음보다 ‘잊히는 것’을 더 슬프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 사람의 흔적은 계속 남아 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왜 《코코》인지도 마지막에 가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모험을 하는 사람은 미겔이고 이야기의 반전을 가진 사람은 헥터지만, 두 사람을 연결하고 가족의 기억을 이어주는 사람은 결국 마마 코코다.
개인적으로 《코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었다.
“사람은 언제 정말로 사라지는 걸까?”
영화가 보여주는 답은 단순하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다.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사랑했던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코코》는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모험영화가 될 수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조부모님,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그 사람과 계속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