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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했던 《인턴》이 11년 만에 한국 영화로 다시 돌아왔다.
2026년 9월 16일 개봉한 한국판 《인턴》은 최민식과 한소희가 각각 37년 경력의 실버 인턴 기호와 창업 3년 차 CEO 선우를 연기한다.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을 따르지만, 단순히 배경만 한국으로 옮긴 작품은 아니다.
AI를 사용하는 직장 풍경부터 빠르게 변하는 신조어, 스타트업 문화와 세대 차이까지 2026년 한국의 모습을 담았고, 무엇보다 결말에서 원작과 꽤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김도영 감독 역시 원작이 관계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한국판은 선우가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기본정보
제목: 인턴 (The Intern)
개봉: 2026년 9월 16일
감독: 김도영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2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출연: 최민식, 한소희, 김준한, 류혜영 등
원작: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인턴》(2015)
《82년생 김지영》과 《만약에 우리》를 연출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보다 상영시간이 11분 늘어난 132분이며, 최민식과 한소희 외에도 김준한이 부대표 영환, 류혜영이 경영지원팀장 민아를 연기한다.

줄거리

3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기호(최민식).
출판업계에서 지도 만드는 일을 해온 그는 은퇴했고, 아내와는 사별했으며 딸 역시 가정을 꾸려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랫동안 자신을 설명해주던 '직장인'이라는 이름까지 사라진 뒤 새로운 삶을 찾던 기호는 어느 날 패션 스타트업 WOO22(우투투)가 실버 인턴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3개월 단기 인턴에 지원한다. 그런데 우투투는 기호가 평생 경험했던 직장과 완전히 다른 곳이다.
직원 대부분이 젊고 조직문화도 자유롭다. AI를 자연스럽게 업무에 사용하고, 기호가 어렵게 배워온 '어쩔티비', '킹받네' 같은 신조어는 이미 유행이 지나버렸다. 그리고 기호가 보좌하게 된 사람이 바로 우투투의 창업자이자 CEO인 선우(한소희)다.
선우는 창업 3년 만에 회사를 연 매출 100억 원대로 성장시킨 젊은 CEO다.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한 만큼 쉴 틈도 없다.
문제는 회사가 선우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잦은 실수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부대표 영환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외부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 선우는 나이 많은 기호를 불편해한다. 하지만 기호는 자신의 37년 직장 경험을 앞세워 젊은 직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리고 그런 기호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선우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기호 - 최민식
37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한 뒤 우투투에 입사한 실버 인턴이다.
기호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경력 자체보다 그 경험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낯선 디지털 환경에서는 오히려 젊은 직원들에게 배우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순간에는 조용히 경험을 나눈다.
그래서 처음에는 회사의 가장 이질적인 사람이었던 기호가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세대를 연결하는 사람이 된다.

선우 - 한소희
창업 3년 만에 우투투를 100억 원대 매출의 회사로 성장시킨 젊은 CEO다.
겉으로 보면 누구보다 성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선우 자신은 끊임없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고 의심한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가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한국판 《인턴》이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도 바로 이 선우의 성장이다.

영환 - 김준한
우투투의 부대표다.
선우와 달리 회사를 조금 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외부 CEO 영입 문제를 두고 선우와 충돌한다.

민아 - 류혜영
우투투의 경영지원팀장이자 기호의 사수다.
AI를 적극적으로 업무에 활용하는 인물로, 기호와는 세대도 업무 방식도 전혀 다르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영화는 세대 차이를 갈등으로만 그리지 않고 서로 배우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관전포인트
1. 원작의 벤과 한국판 기호는 어떻게 다를까?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로버트 드 니로의 벤과 최민식의 기호를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최민식은 원작의 연기를 의도적으로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한 사람의 모습으로 기호를 새롭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비슷한 상황에서도 기호에게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한국 직장 특유의 선후배 문화 속에서 나이가 가장 많지만 직급은 가장 낮은 사람이라는 기호의 위치가 재미있다.

2. '꼰대'가 되지 않는 기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기호가 젊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7년을 일했으니 회사의 누구보다 사회 경험이 많다. 그렇다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은 배우고,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는 돕는다.
그래서 영화가 말하는 좋은 어른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에 가깝다.

3. 한국판에서 더 중요해진 선우의 성장
원작을 봤다면 이 부분을 특히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김도영 감독은 한국판을 단순히 기호가 선우에게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이야기로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중심에는 선우가 있다. 성공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이 기호를 만나면서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강조된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영화의 핵심 내용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선우는 회사와 가정 모두에서 위기를 맞는다.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남편과의 관계 역시 흔들린다.
선우는 이 모든 문제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조금 덜 했다면. 내가 회사에 매달리지 않았다면. 내가 조금 더 좋은 아내였다면.
그리고 이런 자책은 결국 선우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회사에서 한발 물러나는 선택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기호는 선우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선우가 지금까지 무엇을 만들어왔는지, 그리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한다.
한국판 《인턴》의 결말이 원작과 다른 이유
여기가 이번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2015년 원작은 줄스와 남편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한국판은 같은 방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도영 감독은 이를 의도적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한국판에서 중요한 것은 선우가 누군가와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안정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감독은 이를 선우가 "독립적인 주체로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안도감보다는 선우가 이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감당할 준비를 했다는 변화에 가깝다.
이 차이가 한국판 《인턴》의 가장 중요한 변주라고 생각한다.
기호는 선우에게 무엇을 가르쳐준 것일까? 처음에는 답이 간단해 보인다.
37년 직장 경력의 기호가 3년 차 CEO 선우에게 경험을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호는 선우에게 CEO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기호가 해주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선우가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한소희 역시 기호가 선우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물이며, 선우가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호 역시 우투투에서 새로운 세대를 만나며 변화한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경험 많은 노인이 젊은 사람을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관계가 된다.
왜 제목이 《인턴》일까? 영화에서 실제 인턴은 기호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37년을 일한 기호도 새로운 회사에서는 다시 배워야 한다.
100억 원대 회사를 만든 CEO 선우도 인생에서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젊은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직급과 나이는 다르지만 결국 모든 사람이 새로운 상황을 만나고 실수하면서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모두가 인생의 인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총평

《인턴》은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질 영화다.
실버 인턴과 젊은 여성 CEO라는 중심 설정뿐 아니라 이야기의 기본적인 뼈대 역시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실제로 김도영 감독도 원작이 워낙 깊게 각인된 작품이라 리메이크 과정에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영화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판만의 의미는 분명하다.
AI와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2026년의 직장으로 배경을 옮겼고, 최민식의 기호 역시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은퇴자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우의 결말을 바꾼 선택이 눈에 들어온다.
원작이 좋은 어른을 만나 위기를 극복하는 따뜻한 이야기였다면, 한국판은 거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한다.
"좋은 어른의 도움을 받은 다음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영화가 내놓는 답은 결국 자신의 발로 서는 것이다.
기호는 선우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선우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37년이라는 기호의 경력보다 그 경험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상대의 삶에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필요한 순간에 도와주고, 때로는 기다려주며, 결국 상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선다.
어쩌면 그것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좋은 어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선우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자신의 부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결국 한국판 《인턴》은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직장 영화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과 다시 혼자 서는 법을 함께 이야기하는 영화다.
원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익숙한 장면을 한국적으로 어떻게 바꿨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고,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기호와 선우가 서로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며 변화하는 과정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남는 질문이 좋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정답을 많이 아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인턴》은 단순한 리메이크 이상의 이야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