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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인터스텔라》만큼 시간과 가족의 관계를 강렬하게 보여준 작품은 흔치 않다.
겉으로 보면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SF 영화다. 블랙홀과 웜홀, 상대성이론 같은 어려운 과학 개념도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에는 의외로 단순한 이야기가 있다. 딸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약속 사이에 '시간'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놓인다.

기본정보
제목: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개봉: 2014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장르: SF, 드라마, 어드벤처
러닝타임: 168분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케인, 맷 데이먼 등
음악: 한스 짐머
《인터스텔라》는 《인셉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다. 이론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블랙홀과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 같은 핵심 설정에는 실제 상대성이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줄거리

가까운 미래의 지구.
기후와 환경이 악화되면서 농작물이 하나씩 사라지고 거대한 모래폭풍이 반복된다. 인류는 더 이상 우주를 바라보는 대신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과거 NASA의 조종사였던 쿠퍼 역시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딸 머피의 방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책이 저절로 떨어지고, 모래가 일정한 형태로 바닥에 쌓인다.
머피는 자신의 방에 '유령'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쿠퍼는 그 현상이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호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호가 알려주는 좌표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쿠퍼가 발견한 것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던 NASA였다.
NASA는 이미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토성 근처에 나타난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로 이동해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식 시놉시스 역시 쿠퍼가 가족과 죽어가는 지구를 뒤로하고 인류의 미래를 찾기 위한 탐사에 나서는 것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설명한다.
쿠퍼는 탐사선 엔듀런스의 조종사로 임무에 참여한다. 하지만 머피는 아버지가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쿠퍼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머피는 끝내 그를 배웅하지 않는다.

그렇게 쿠퍼는 딸과 제대로 작별하지 못한 채 지구를 떠난다.

 

등장인물

쿠퍼- 매튜 맥커너히

전직 NASA 조종사이자 머피와 톰의 아버지다.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과 자신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우주를 탐험하는 영웅이지만, 영화에서 쿠퍼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결국 아버지다.

머피- 어린 시절:매켄지 포이, 성인:제시카 차스테인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쿠퍼를 원망한다.
하지만 훗날 과학자가 되어 인류를 지구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중력 방정식을 연구하면서 영화의 또 다른 중심인물이 된다.

아멜리아 브랜드- 앤 해서웨이

과학자이자 탐사대원이다.
쿠퍼와 함께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다.
과학적인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사랑 역시 인간의 선택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라고 믿는다.

브랜드 교수- 마이클 케인

NASA의 과학자이자 아멜리아의 아버지다.

인류를 지구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플랜 A를 연구한다.
하지만 그가 숨기고 있던 비밀은 영화 후반부의 중요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만 박사- 맷 데이먼

우주 탐사대원이다.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해 먼저 출발했던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이야기는 《인터스텔라》가 보여주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관전포인트
1. 밀러 행성의 1시간은 왜 지구의 7년일까?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유명한 설정이다.
쿠퍼 일행이 처음 방문하는 밀러 행성은 거대한 블랙홀 가르강튀아와 매우 가까이 있다.
블랙홀처럼 중력이 매우 강한 곳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과 비교했을 때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

이를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밀러 행성의 1시간이 지구 시간으로 약 7년에 해당한다. 킵 손 역시 이 설정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밀러 행성이 빠르게 회전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가르강튀아에 극도로 가까이 있다는 조건을 설정했다.
그래서 쿠퍼 일행에게 몇 시간이었던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수십 년이 된다.
행성에서 돌아온 쿠퍼는 그동안 쌓인 영상 메시지를 확인한다.
어린아이였던 아들이 성인이 되고, 결혼하고,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쿠퍼는 몇 시간 만에 아이들의 수십 년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터스텔라》에서 상대성이론이 가장 잔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2. 가르강튀아는 단순한 블랙홀이 아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블랙홀의 이름이 가르강튀아(Gargantua)다.
가르강튀아는 단순히 멋진 우주 배경을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강력한 중력으로 시간을 왜곡하고, 결국 영화의 결말까지 연결하는 핵심적인 존재다.
특히 블랙홀 주변의 빛이 휘어져 위아래로 감겨 보이는 독특한 모습은 중력렌즈 효과 등을 계산해 시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인터스텔라》에서는 과학이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이야기를 움직이는 장치로 사용된다.

3. 만 박사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만 박사는 자신의 행성이 인류가 살기에 적합한 것처럼 데이터를 조작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 죽어가는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오게 만들기 위해 거짓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장면은 인간을 상당히 냉정하게 바라본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떠난 최고의 과학자조차 죽음 앞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먼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 박사는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다 《인터스텔라》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보여주는 인물에 가깝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영화의 핵심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퍼와 아멜리아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결국 쿠퍼는 아멜리아가 마지막 후보지인 에드먼즈 행성에 도착할 수 있도록 자신이 탄 우주선을 분리한다.
그리고 로봇 TARS와 함께 가르강튀아 속으로 떨어진다.
당연히 죽을 것처럼 보였던 쿠퍼.
하지만 눈을 뜬 곳은 이상한 공간이다.
수없이 많은 머피의 방이 반복되어 있는 공간, 바로 테서랙트다.
테서랙트는 무엇일까?
쿠퍼가 들어간 공간에서는 시간이 우리가 경험하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머피의 방에서 일어났던 여러 순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즉 쿠퍼에게 시간이 하나의 공간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쿠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어린 머피가 말했던 방의 '유령'. 그 유령은 바로 쿠퍼 자신이었다.
쿠퍼는 과거의 자신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책을 떨어뜨려 모스부호로 STAY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과거의 쿠퍼는 결국 떠난다. 그리고 쿠퍼는 자신이 해야 할 진짜 일을 깨닫는다.
머피의 방에 NASA 좌표를 보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것 역시 쿠퍼다.
영화 초반 머피의 방에 떨어진 먼지가 좌표를 만들어 쿠퍼를 NASA로 이끈다.
처음에는 정체불명의 존재인 '그들(They)'이 좌표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테서랙트에 들어간 쿠퍼가 중력을 이용해 과거에 신호를 전달하면서 그 좌표 역시 자신이 보낸 것임을 알게 된다.
결국 쿠퍼는 과거의 자신을 NASA로 보냈던 사람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 연결된 닫힌 시간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체는 누구일까?
외계인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의 답은 다르다.
'그들'은 먼 미래의 인류다.
미래의 인간은 우리가 경험하는 3차원 공간과 시간을 넘어 더 높은 차원을 다룰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과거의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웜홀과 테서랙트를 준비한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그런데 미래 인류가 존재하려면 과거 인류가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
과거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쿠퍼가 머피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쿠퍼가 정보를 전달하려면 미래 인류가 테서랙트를 만들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가 원처럼 연결되는 구조다.
손목시계는 왜 중요했을까?
TARS는 가르강튀아 내부에서 중력에 관한 양자 데이터를 얻는다.
쿠퍼는 그 정보를 과거의 머피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쿠퍼는 중력을 이용해 자신이 머피에게 남겨두었던 손목시계의 초침을 움직인다.
그리고 초침의 움직임에 정보를 담는다. 성인이 된 머피는 시계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브랜드 교수가 완성하지 못했던 중력 방정식을 해결한다. 그 결과 인류는 거대한 우주 거주 시설을 지구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결국 아버지가 딸에게 남긴 평범한 손목시계가 인류를 구하는 통신수단이 된 것이다.
브랜드 교수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브랜드 교수의 플랜 A는 중력을 제어해 지구의 사람들을 대규모 우주정거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정식을 완성하려면 블랙홀 내부의 양자 데이터가 필요했다.
브랜드 교수는 그 데이터를 얻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수정란을 새로운 행성으로 보내 인류를 다시 시작하는 플랜 B였다.
그럼에도 플랜 A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가족을 살릴 희망이 없다면 임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플랜 A는 성공한다. 쿠퍼가 블랙홀 내부의 데이터를 머피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쿠퍼와 늙은 머피가 만나는 장면. 임무를 마친 쿠퍼는 테서랙트에서 빠져나와 토성 근처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쿠퍼 스테이션이다. 그곳에서 쿠퍼는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딸 머피를 만난다.
아버지는 비교적 젊은 모습인데 딸은 노인이 되어 있다. 시간지연 때문에 두 사람이 경험한 시간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머피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죽음을 지켜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쿠퍼에게 아멜리아를 찾아가라고 한다.
마지막에 아멜리아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멜리아는 결국 에드먼즈 행성에 도착한다.
그곳이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행성이었다.
하지만 에드먼즈는 이미 죽어 있었다.아멜리아는 그의 무덤을 만들고 홀로 새로운 거주지를 준비한다.
쿠퍼는 머피와 재회한 뒤 우주선을 타고 쿠퍼 스테이션을 떠난다. 그가 향하는 곳 역시 아멜리아가 있는 곳이다.
영화는 쿠퍼가 아멜리아에게 실제로 도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쿠퍼가 다시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순간 영화는 끝난다.
《인터스텔라》에서 사랑은 정말 과학적인 힘일까?
영화에서 아멜리아는 사랑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인터스텔라》를 단순히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보면 사랑이 중력처럼 실제 물리적 힘이라는 사실이 영화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보를 과거로 전달하는 수단은 중력이다.
사랑은 오히려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신호를 보내야 하는지를 연결해주는 인간적인 요소에 가깝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 중에서 쿠퍼가 머피의 방을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두 사람의 관계였고, 머피가 오래된 시계를 다시 바라보고 그 신호를 믿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아버지와의 관계였다.
그래서 영화는 과학과 사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과학이 방법을 만들었다면, 사랑은 그 방법을 사용할 이유를 만들었다.

총평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다룬 영화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쿠퍼와 머피에게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쿠퍼에게 몇 시간이 흐르는 동안 머피는 수십 년을 살아간다.
아버지는 딸에게 돌아가기 위해 우주를 여행하지만, 그가 잃어버리는 것은 거리가 아니라 딸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그래서 밀러 행성에서 돌아온 쿠퍼가 수십 년 동안 쌓인 영상 메시지를 보며 우는 장면이 거대한 블랙홀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 초반 머피가 말했던 '유령'의 정체가 마지막에 쿠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 전체가 하나의 원처럼 연결된다.
아버지는 딸을 떠났지만 동시에 평생 딸의 방에 존재하고 있었다.
쿠퍼가 머피를 구하고, 머피가 인류를 구하며, 살아남은 미래의 인류가 다시 과거의 쿠퍼를 돕는다.
하지만 이 복잡한 구조의 중심에는 아주 단순한 약속이 있다.
“돌아오겠다.”
쿠퍼는 자신이 약속했던 방식과 시간에는 돌아오지 못했다.
어린 딸에게 돌아오지 못했고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국 약속을 지킨다.
아버지는 젊은 모습으로 돌아왔고, 기다렸던 어린 딸은 이미 삶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터스텔라》의 결말은 인류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았다는 이야기보다 아버지와 딸이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 결국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볼 때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화려한 우주와 블랙홀, 상대성이론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인터스텔라》는 그 평범한 질문을 우주라는 가장 거대한 공간까지 확장한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블랙홀이나 웜홀보다도 결국 머릿속에 남는 것은 떠나는 아버지와 기다리는 딸,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