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터널 선샤인》은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독특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처음 영화를 보면 시간의 흐름이 뒤섞여 있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조엘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단순히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했던 기억에는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싸우고, 실망하고, 상처받았던 순간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 모든 기억을 지우는 것이 정말 더 나은 선택일까?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의 기억과 이별, 그리고 같은 상처를 알면서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기본정보
제목: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개봉: 2004년
감독: 미셸 공드리
각본: 찰리 카우프먼
주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장르: 로맨스, 드라마, SF
러닝타임: 108분
제목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의 영원한 햇살’ 정도의 의미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없는 마음이 정말 행복한 마음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제목이기도 하다.

줄거리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조엘은 어느 날 충동적으로 몬탁행 기차를 탄다.
그곳에서 파란색 머리를 한 자유분방한 여성 클레멘타인을 만난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서로에게 끌리고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과거 연인이었고 오랜 시간 사랑했지만 반복되는 갈등 끝에 헤어졌다.
그리고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를 찾아가 조엘에 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조엘은 큰 충격을 받는다.
결국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라쿠나 직원들이 잠든 조엘의 기억을 하나씩 삭제하기 시작하고, 조엘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클레멘타인과 함께했던 시간을 거꾸로 경험하게 된다.

등장인물

조엘 배리시
말수가 적고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다.
클레멘타인의 자유롭고 적극적인 모습에 끌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차이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운 이별을 견디지 못해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려 하지만,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클레멘타인 크루친스키
충동적이고 감정 표현이 솔직한 인물이다.
머리색을 자주 바꾸는 모습처럼 변화를 좋아하고 자유분방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밝은 모습과 달리 외로움과 불안함도 가지고 있다. 조엘과의 관계가 힘들어지자 먼저 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다.

하워드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의 의사다.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주는 일을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과거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관전포인트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뒤섞여 있는 시간의 순서다.
영화의 시작을 두 사람의 첫 만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의 기억을 지운 이후다.
영화는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더 오래된 기억으로 이동한다.
특히 조엘의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관계가 가장 나빴던 순간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거꾸로 이동한다는 점을 알고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두 번째는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이다.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장면의 시간대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복잡하게 뒤섞인 영화의 시간 순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치다.
세 번째는 기억이 사라질수록 바뀌는 조엘의 마음이다.
기억 삭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조엘에게 남아 있는 것은 클레멘타인과 싸우고 상처받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점점 과거로 돌아갈수록 행복했던 기억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조엘은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은 이 기억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것을.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억 속의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자신과 관계없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숨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기억 삭제를 막을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몬탁의 해변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가운데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말한다.
“몬탁에서 만나.”
그리고 클레멘타인에 대한 마지막 기억까지 사라진다.
하지만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렸던 마음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영화 초반에 보았던 것처럼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다시 몬탁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린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라쿠나에서 유출된 녹음테이프를 듣게 된다.
그 안에는 기억을 지우기 전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던 불만과 상처가 그대로 담겨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과거에 사랑했고, 싸웠으며, 결국 서로의 기억까지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왜 다시 사랑을 선택했을까?
《이터널 선샤인》의 핵심은 마지막 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클레멘타인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도 결국 자신에게 실망하게 될 것이며 관계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엘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엘은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셈이다.
다시 사랑하면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다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완벽한 사람을 만나야 사랑이 성공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좋은 모습뿐 아니라 부족한 모습과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상처까지 받아들이는 선택일 수 있다고 보여준다.
기억을 지우면 상처도 사라질까?
영화 속에서는 기억을 실제로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를 잊고도 다시 만나 서로에게 끌린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결국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자신의 성격이나 관계에서 발생했던 근본적인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팠던 기억도 사람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된다.
좋았던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을 모두 지울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지만, 영화는 반대로 질문한다.

아픈 기억까지 지워버린다면 그 사람을 사랑했던 시간 역시 온전히 남을 수 있을까?

총평

《이터널 선샤인》은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 느낌이 상당히 다른 영화다.
처음에는 기억을 지운 연인이 다시 만나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로 보이지만, 영화를 이해하고 다시 보면 조엘의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사랑의 실패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성격도 다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다시 만나더라도 같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사랑했던 시간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복했던 기억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
후회되는 선택도 있고, 잊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억까지 모여 지금의 내가 된다.
그래서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결국 헤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어도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상처받지 않는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것.
그래서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을 지우는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기억과 상처까지 끌어안고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영화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