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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할 때 한 번쯤은 “저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옵세션》은 바로 그 평범한 마음을 무서운 공포로 바꾸는 영화다.
짝사랑하던 니키에게 고백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베어는 우연히 손에 넣은 물건에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리고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사랑에는 상대방의 선택이 필요하지만, 베어의 소원에는 그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옵세션》은 소원을 잘못 빌어서 벌어지는 공포영화인 동시에 사랑과 집착의 차이,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상당히 불편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본정보
제목: 옵세션 (Obsession)
제작: 2025년, 미국
국내 개봉: 2026년 9월 2일
감독·각본: 커리 바커
주연: 마이클 존스턴, 인디 네버레티
장르: 공포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1999년생 유튜버 출신 커리 바커 감독의 작품이다. 약 75만 달러의 저예산과 20일가량의 짧은 촬영 기간으로 제작됐지만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바커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줄거리
음반 매장에서 일하는 베어는 함께 일하는 친구 니키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니키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베어는 가게에서 우연히 ‘원 위시 윌로우(One Wish Willow)’라는 이상한 물건을 발견한다.
이 물건에는 중요한 규칙이 있다.
단 하나의 소원만 빌 수 있고, 한번 빈 소원은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베어.
하지만 니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기회를 놓친 뒤 결국 원 위시 윌로우를 사용한다.
그의 소원은 단순하다.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놀랍게도 소원은 바로 이루어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베어에게 특별한 감정을 보이지 않았던 니키가 갑자기 그에게 강렬한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처음 베어는 자신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니키의 사랑은 점점 평범한 연애의 수준을 넘어선다.
베어를 누구와도 공유하려 하지 않고, 그가 자신에게서 멀어질 가능성조차 견디지 못하는 극단적인 집착으로 변해간다.
등장인물
베어
니키를 짝사랑하는 청년이자 사건의 시작을 만든 인물이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상대방의 마음을 바꿔버린다.
이 선택이 결국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된다.
니키
베어가 짝사랑하는 직장 동료이자 친구다.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베어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집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원래 니키가 선택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니키는 공포의 대상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베어가 빈 소원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사라와 이안
베어와 니키 주변의 친구들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점점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사건에 휘말리고, 니키의 집착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전포인트
첫 번째는 니키가 정말 악역인가라는 점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니키의 행동은 점점 무서워진다. 하지만 니키가 스스로 그런 사랑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베어의 소원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공포의 대상이 니키에서 점점 베어가 내린 최초의 선택으로 이동한다.
두 번째는 제목인 ‘Obsession’의 의미다.
Obsession은 집착, 강박이라는 뜻이다.
베어는 니키의 집착 때문에 공포에 빠지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니키의 마음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 싶어 했던 사람 역시 베어다.
따라서 영화 속 집착은 니키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 번째는 사랑과 소유의 차이다.
베어는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기를 원했지만 정작 니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았다.
영화는 이 작은 차이를 극단적인 공포로 확장한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영화의 핵심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키의 집착은 결국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지고 주변 사람들까지 희생된다.
베어는 자신이 빈 소원을 되돌리려고 하지만 원 위시 윌로우의 규칙 때문에 이미 사용한 소원을 취소할 수 없다.
새로운 원 위시 윌로우까지 구해보지만 상황은 뜻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절망에 빠진 베어는 많은 양의 약을 삼킨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 약을 토해내려 한다.
바로 그 순간 다른 방에서 원 위시 윌로우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니키가 또 다른 원 위시 윌로우를 사용한 것이다.
니키의 소원은 사실상 베어 역시 자신을 똑같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니키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베어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다.
베어 역시 니키에게 완전히 빠져들고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는다.
하지만 이미 삼킨 약이 몸에 퍼진 뒤였다.
결국 베어는 니키의 품에서 죽는다.
그리고 베어가 죽는 순간 그가 처음 빌었던 소원의 효력도 사라진다.
니키는 마침내 강제로 만들어진 집착에서 벗어나고, 주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들을 마주한다.
니키는 왜 마지막에 제정신으로 돌아왔을까?
이 부분이 결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니키가 갑자기 사랑을 깨달은 것이 아니다.
베어가 죽으면서 최초의 소원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 순간 니키에게 강제로 부여됐던 집착도 사라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니키는 우리가 영화 내내 보았던 집착에 사로잡힌 니키가 아니라 원래의 니키다.
문제는 그녀에게 남은 현실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사건이지만 그 결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니키가 그 참혹한 현실을 바라보게 하면서 끝난다.
베어는 니키를 정말 사랑했던 걸까?
개인적으로 《옵세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이것이다.
베어는 분명 니키를 좋아했다.
하지만 니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직접 고백해서 니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대신 니키의 마음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래서 베어의 감정을 사랑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다.
상대방이 나를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것과 상대방이 반드시 나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영화의 핵심을 베어의 감정 회피와 상대의 선택을 우회하려는 태도에서 읽는 해석이 나왔다.
총평
《옵세션》은 설정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는데, 그 사랑이 지나쳐버렸다.”
자칫 흔한 ‘소원을 잘못 빈 대가’의 공포영화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상대방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어는 그 과정을 건너뛰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사랑을 얻게 되자 오히려 그 사랑에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원 위시 윌로우라는 초자연적인 물건도, 집착하는 니키도 아닐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내 뜻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 자체가 가장 무서운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마지막에 베어까지 니키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장면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그제야 베어는 자신이 니키에게 강제로 떠넘겼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직접 경험한다.
하지만 깨달을 시간은 남아 있지 않는다.
그래서 《옵세션》을 보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상대방의 선택이 사라진 사랑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옵세션》은 거대한 제작비나 화려한 볼거리보다 하나의 단순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여 공포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특히 니키를 단순한 괴물로 바라보기보다 왜 이런 니키가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하면서 보면 영화의 결말이 훨씬 씁쓸하게 다가온다.
결국 베어가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선택을 없애버린 순간, 사랑은 집착이 되었고 소원은 저주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