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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이유도 모른 채 15년 동안 감금된 남자가 자신을 가둔 사람을 찾아 나서는 복수극이다. 처음에는 오대수가 이우진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누가 누구에게 복수하고 있는가가 완전히 뒤집힌다. 강렬한 폭력과 반전으로 유명하지만, 결국 영화가 파고드는 것은 말 한마디가 만들어낸 죄책감과 복수가 인간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기본정보
제목: 올드보이 (Oldboy)
개봉: 2003년
감독: 박찬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드라마
러닝타임: 약 120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김병옥, 오달수 등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한국적인 이야기로 크게 재구성했다. 특히 2004년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박찬욱 감독과 한국영화를 알린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줄거리

평범한 회사원 오대수(최민식)는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된다. 정신을 차린 곳은 작은 사설 감금방. 누가 자신을 가뒀는지, 왜 가뒀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곳에서 TV만 바라보며 살아가던 대수는 아내가 살해됐으며 자신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그렇게 무려 15년이 흐른다. 복수를 위해 몸을 단련하고 벽을 파며 탈출을 준비하던 어느 날, 대수는 예상과 달리 갑자기 풀려난다. 
세상으로 나온 대수는 일식집에서 젊은 요리사 미도(강혜정)를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까워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수를 감금했던 이우진(유지태)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우진은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대수에게 새로운 게임을 제안한다.
“왜 가뒀는지를 알아내라.”
대수는 자신이 감금된 장소와 군만두를 단서로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결국 모든 일의 시작점이 자신의 학창 시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등장인물

오대수(최민식)

15년의 감금을 견디며 복수만을 생각해 온 인물이다. 거칠고 충동적이지만 진실을 찾아갈수록 자신이 피해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마주한다.
이우진(유지태)

대수를 15년 동안 가둔 인물이다. 막대한 돈과 치밀한 계획으로 대수의 행동을 통제하며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경험하게 만드는 것을 원한다.
미도(강혜정)

대수가 풀려난 뒤 만나는 일식집 요리사다. 대수의 상처를 받아들이며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우진이 설계한 복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관전포인트
첫 번째는 복수의 방향이 뒤집히는 과정이다. 초반에는 대수가 피해자이고 우진이 가해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수가 과거를 기억해내면서 관객이 바라보는 두 사람의 관계도 계속 달라진다.
두 번째는 영화의 독특한 미장센이다. 감금방의 기괴한 벽지, 우진을 상징하는 보라색 패턴, 대수의 검은 양복과 장도리처럼 소품과 공간이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역시 《올드보이》의 미술과 소품을 작품을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명한 장도리 복도 액션이다. 좁고 긴 복도를 옆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장면은 화려한 영웅의 액션이라기보다 지치고 넘어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대수의 집착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영화의 핵심 반전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비극은 두 사람이 학생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수는 우연히 우진과 그의 누나 수아의 관계를 목격하고 이를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작은 이야기는 학교에 소문으로 퍼졌고, 결국 수아는 죽음을 선택한다. 우진은 그 모든 원인이 대수의 ‘입’에서 시작됐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복수는 대수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우진은 최면을 이용해 대수와 미도가 만나 사랑하도록 상황을 설계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가장 잔혹한 사실을 알려준다.
미도는 오대수의 딸이었다.
대수는 자신이 15년 동안 감금된 이유를 알아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우진의 복수에서 절반에 불과했다. 우진이 원했던 것은 자신이 겪은 금지된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을 대수 역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대수는 미도만큼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결국 자신의 혀를 자른다. 과거에 자신의 말이 비극을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혀를 자르는 행위는 자신의 죄에 스스로 내리는 형벌처럼 보인다.
복수를 완성한 우진 역시 행복해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죽은 누나를 떠올린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복수는 성공했지만 그 복수가 수아를 되살려주지는 못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
대수는 최면술사를 찾아가 자신이 알게 된 진실을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이후 눈 덮인 산에서 깨어난 대수를 미도가 찾아와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대수는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그 표정은 점차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영화는 대수가 정말 진실을 잊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표정이 중요하다. 최면이 성공했다면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미도를 사랑할 수 있다. 반대로 기억이 남아 있다면 앞으로의 사랑은 진실을 알고도 살아가야 하는 또 다른 감금이 된다.
처음에는 우진이 대수를 방에 가뒀지만, 마지막에는 대수가 자신의 기억 속에 갇힌 사람이 된 셈이다.
제목 ‘올드보이’의 의미
‘Old Boy’에는 오래된 친구나 동창이라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 대수와 우진 역시 같은 학교를 다닌 과거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단순한 동창 이상의 의미로 느껴진다. 두 남자는 성인이 된 뒤에도 학창 시절의 어느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진은 누나의 죽음에, 대수는 자신이 잊어버린 과거에 붙잡혀 살아간다.
몸은 나이를 먹었지만 두 사람의 삶은 오래전 그날에 멈춰 있는 것이다.

총평

《올드보이》는 반전을 알고 다시 봐도 강렬한 영화다. 오히려 결말을 알고 보면 초반부터 등장했던 대사와 행동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인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복수를 완성한 사람도, 복수에 당한 사람도 구원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진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복수에 사용했고, 대수는 진실을 알게 된 뒤 그것을 다시 지우려고 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올드보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15년의 감금이나 폭력적인 복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을 놓지 못한 인간이 자신의 남은 인생까지 그 과거에 바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잔인한 감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