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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은 불과 물이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설정 때문에 처음에는 가볍고 귀여운 로맨스 애니메이션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안에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이민자 가족의 삶, 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특히 가족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앰버가 웨이드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기본정보
제목: 엘리멘탈 (Elemental)
개봉: 2023년
감독: 피터 손
제작: 디즈니·픽사
장르: 애니메이션, 로맨스, 가족, 판타지
러닝타임: 109분
영화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에는 불, 물, 공기, 흙의 원소들이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모두가 완전히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불 원소인 앰버의 가족은 다른 원소들과 조금 떨어진 파이어타운에서 살아간다.
줄거리
불 원소인 앰버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 ‘파이어플레이스’를 물려받기 위해 일하며 살아간다.
앰버의 부모 버니와 신더는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정착해 힘들게 가게를 일궜고, 아버지 버니는 언젠가 딸에게 자신의 가게를 물려주는 것이 꿈이다.
앰버 역시 그런 부모님의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앰버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손님을 상대하다 보면 쉽게 화를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의 배관이 터지면서 물 원소인 웨이드가 나타난다. 웨이드는 시청 조사관으로, 가게의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고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반 사항을 보고한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웨이드를 따라간 앰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웨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두 사람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그리고 웨이드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서 앰버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앰버 루멘
불 원소 가족의 딸이자 영화의 주인공이다.
성격이 급하고 감정이 폭발할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한다. 특히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부모에게 보답하기 위해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웨이드를 만나면서 부모가 원하는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웨이드 리플
물 원소로 시청에서 조사관으로 일한다.
앰버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기쁘거나 슬플 때 쉽게 눈물을 흘린다. 처음에는 앰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앰버의 재능과 감정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봐 준다.
버니 루멘
앰버의 아버지다.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정착한 뒤 가족을 위해 파이어플레이스를 일궜다. 앰버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싶어 하지만, 그 기대가 의도하지 않게 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관전포인트
첫 번째는 불과 물의 대비다.
앰버는 뜨겁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폭발한다. 반대로 웨이드는 감정이 풍부하고 눈물을 쉽게 흘린다.
서로 닿으면 안 될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반드시 함께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앰버와 아버지의 관계다.
앰버가 가게를 물려받으려는 이유가 정말 자신의 꿈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세 번째는 앰버의 유리 공예 능력이다.
불이라는 자신의 특성은 처음에는 다른 원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불이 유리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특별한 재능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가라는 점이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반부 엘리멘트 시티에 거대한 물이 밀려들면서 앰버와 웨이드는 위험에 처한다.
웨이드는 앰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증발해버린 것처럼 보인다. 앰버는 웨이드를 잃었다고 생각하며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진짜 마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가게를 물려받고 싶지 않으며 웨이드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 순간 웨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수증기 형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앰버는 그를 다시 물방울로 되돌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결말은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앰버는 결국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지 않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버니 역시 딸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아버지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의 의미
개인적으로 《엘리멘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앰버가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하는 큰절이다.
영화 초반 버니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절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끝내 절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 장면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면서 가족과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버니의 상처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앰버 역시 아버지가 기대했던 삶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선택해 떠나지만, 버니는 딸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서로 절을 주고받는다.
즉, 버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받지 못했던 이해와 인정을 자신의 딸에게는 돌려준 것이다.
부모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부모를 배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총평
《엘리멘탈》은 불과 물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버와 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 영화였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자녀는 그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앰버 역시 처음에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부모에게 가장 좋은 보답이 반드시 부모가 원하는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웨이드 역시 중요한 존재다. 웨이드는 앰버에게 꿈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앰버가 이미 가지고 있던 재능과 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도 단순히 ‘불과 물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각자가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관계.
그것이 《엘리멘탈》이 보여주는 사랑에 더 가깝다.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가?”
아이들에게는 불과 물이 펼치는 재미있는 모험과 사랑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는 부모와 자녀, 꿈과 책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그래서 《엘리멘탈》은 화려한 원소들의 세계보다 자신의 삶을 선택할 용기에 관한 이야기로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