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알파》는 《로우》와 《티탄》을 연출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작품으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13세 소녀 알파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바디호러 드라마다. 2025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멜리사 보로스, 골쉬프테 파라하니, 타하르 라힘 등이 출연한다. 기괴한 신체 변화를 보여주는 공포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심에는 질병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낙인, 그리고 가족을 잃은 뒤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이 있다.
기본정보
제목: 알파 (Alpha)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
장르: 드라마, 바디호러
러닝타임: 128분
출연: 멜리사 보로스, 골쉬프테 파라하니, 타하르 라힘, 엠마 매키
영화 속에는 감염된 사람의 몸이 점차 돌처럼 굳어가다 붉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가상의 질병이 등장한다. 감독은 이를 특정 질병 하나에 한정하기보다 AIDS와 코로나19를 비롯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기억을 담는 이미지로 설명했다.
줄거리
13세 소녀 알파는 어느 날 파티에 다녀온 뒤 팔에 직접 새긴 문신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당시 사용된 바늘이 안전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인 알파의 엄마는 딸이 정체불명의 질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걱정한다. 이 질병에 걸린 사람은 피부가 대리석처럼 변하고 결국 몸이 부서져 먼지가 되어간다.
학교에 소문이 퍼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진다. 아직 감염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알파를 피하고, 학교 역시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를 의식한다. 알파에게 실제 질병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감염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받게 되는 차별과 공포다.
여기에 엄마의 동생이자 알파의 삼촌인 아민이 등장한다. 아민은 약물중독과 질병으로 몸이 무너져가고 있지만 엄마는 동생을 포기하지 못한다. 영화는 알파의 현재와 아민에 관한 기억을 뒤섞으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씩 연결한다.
등장인물
알파(멜리사 보로스)
감염 가능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주변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13세 소녀다. 사춘기의 혼란에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겹치면서 점차 자신의 가족이 숨기고 있던 기억과 마주한다.
알파의 엄마(골쉬프테 파라하니)
병원에서 감염자들을 돌보는 의사다. 누구보다 질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딸의 작은 상처에도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아민(타하르 라힘)
알파의 삼촌이다. 약물중독과 질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가족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의 결말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관전포인트
가장 먼저 볼 부분은 돌처럼 변하는 신체다. 감염자들은 살아 있지만 몸의 일부가 차갑고 단단한 돌로 변한다. 감독은 살아 움직이는 육체와 절대 변하지 않는 돌의 대비가 자신이 느끼는 죽음의 공포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돌이 된 사람들의 모습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하나의 기념비처럼 남기려는 의미도 담았다.
또 하나는 영화의 시간 구성이다. 현재와 과거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섞여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민이 알파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 구조 자체가 영화의 중요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핵심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파의 검사 결과는 결국 음성으로 나온다. 그녀는 감염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반전은 아민에게 있다.
현재 알파와 함께 다니던 것처럼 보였던 아민은 사실 이미 알파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난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현재처럼 보였던 아민의 모습에는 과거의 기억과 가족에게 남은 트라우마가 뒤섞여 있었다.
어린 알파는 아민이 고통에서 벗어나 죽기를 원했던 순간과, 그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던 엄마의 모습을 이미 경험했다. 결국 아민은 병으로 죽었지만 엄마는 오랫동안 동생을 떠나보내지 못했고, 그 기억은 알파에게까지 이어졌다.
마지막에 알파는 엄마에게 아민을 더 이상 집으로 데려올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붉은 먼지바람 속에서 엄마가 아민과 함께 걸어가자 그의 몸은 서서히 부서져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붉은 먼지는 무엇을 의미할까?
붉은 먼지는 단순히 감염자의 몸이 부서지는 시각적 효과만은 아니다.
뒤쿠르노 감독은 마지막의 바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남는 기억과 연결했다. 바람은 먼지를 날려 보내지만 일부는 알파의 피부에 남는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기억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마지막 장면은 아민을 잊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보내주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총평
《알파》는 일반적인 감염 재난영화를 기대하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감염의 원인이나 치료법을 찾아가는 대신 질병을 둘러싼 사람들의 두려움과 차별, 그리고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가족의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알파가 실제로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녀를 가장 괴롭게 만든 것은 질병 자체보다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이 때문에 영화 속 가상의 질병은 AIDS를 둘러싼 사회적 낙인과 코로나19 시대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후반부의 시간 구조가 다소 복잡하고 상징적인 장면이 많아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민이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영화가 단순한 감염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가족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상실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였다는 것이 선명해진다.
결국 《알파》가 이야기하는 것은 죽음을 잊는 방법이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보내면서도 그 사람이 남긴 흔적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가깝다.
마지막 붉은 바람이 아민을 데려가지만 그 먼지는 알파의 얼굴에 남는다. 떠나보내는 것과 잊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라는 것, 그 담담한 메시지가 《알파》가 마지막에 남기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