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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와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진 음악 프로듀서 댄이 우연히 만나 뉴욕 곳곳에서 앨범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로맨스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결말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결국 《비긴 어게인》이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사랑보다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용기에 가깝다.
기본정보
제목: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감독: 존 카니
장르: 드라마, 음악, 로맨스
러닝타임: 104분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원스》를 연출한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로, 2013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2014년 국내 개봉했다. 특히 국내에서 장기 흥행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영화에 등장하는 〈Lost Stars〉 역시 작품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줄거리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연인이자 음악가인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함께 뉴욕으로 온다. 데이브의 음악이 영화에 사용되면서 성공의 기회가 찾아왔고, 그레타 역시 그의 곁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유명해진 데이브는 점차 변해가고, 결국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상처받은 그레타는 그와 헤어지고 영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한편 한때 잘나가던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 역시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이 세운 음반회사에서 쫓겨나고 가족과도 멀어진 그는 술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댄은 작은 술집에서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관객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댄에게는 다르게 들린다. 그는 그레타의 기타와 목소리 위로 피아노와 드럼, 바이올린이 더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함께 앨범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음반사는 두 사람의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자 댄은 오히려 뉴욕 전체를 녹음실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거리와 골목, 지하철역과 건물 옥상에서 음악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화려한 성공보다 자신이 만든 음악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싱어송라이터다. 데이브와의 이별은 큰 상처지만, 댄과 앨범을 만들면서 누군가의 연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
댄(마크 러팔로)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음악 프로듀서지만 개인적인 삶은 무너져 있다. 그레타의 음악을 발견하면서 다시 프로듀서로서 살아갈 이유를 찾고, 멀어졌던 딸과의 관계도 회복하기 시작한다.
데이브(애덤 리바인)
그레타의 오랜 연인이자 성공한 가수다.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다는 성공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레타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인물에 가깝다.
관전포인트
첫 번째는 뉴욕이라는 공간 자체가 녹음실이 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앨범은 외부 소음을 차단한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지만 그레타와 댄은 도시의 소리까지 음악 안으로 받아들인다. 자동차 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 거리의 분위기가 모두 앨범의 일부가 된다.
이는 두 사람의 상황과도 닮아 있다. 완벽하게 준비된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지금 자신들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댄과 그레타가 이어폰을 나눠 끼고 뉴욕을 걷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같은 음악을 들으며 평범한 도시의 풍경이 영화처럼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댄이 말하듯 음악은 평범한 순간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이 장면은 《비긴 어게인》이 음악을 바라보는 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영화의 주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레타는 데이브에게 자신이 만든 〈Lost Stars〉를 선물한다. 이후 데이브는 자신의 방식으로 편곡한 노래를 공연에서 부른다.
그레타는 공연장을 찾아가지만 노래를 듣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온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브가 노래를 잘못 불렀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곡이지만 두 사람이 음악을 바라보는 방식이 이제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데이브에게 음악은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한 무대의 노래가 되었고, 그레타에게는 개인적인 감정과 순간이 담긴 노래로 남아 있다.
그레타는 결국 데이브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댄과 연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댄은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고, 그레타는 자신이 만든 앨범을 음반사의 방식대로 판매하는 대신 인터넷에 단돈 1달러에 공개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새로운 연인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었던 것이다.
제목 ‘비긴 어게인’의 의미
‘Begin Again’은 말 그대로 다시 시작하다라는 뜻이다.
그레타는 데이브와의 관계가 끝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 댄 역시 직장과 가족을 잃은 상태에서 그레타를 만나 음악과 가족에게 돌아간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 모두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레타는 계속 음악을 만들고, 댄 역시 다시 프로듀서로 살아간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상처를 가지고도 다시 한 번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총평
《비긴 어게인》은 음악영화이면서 동시에 관계가 끝난 뒤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보통 영화에서 상처받은 남녀가 만나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실제로 그레타와 댄 사이에도 특별한 감정이 만들어지지만 영화는 그것을 굳이 연애로 완성하지 않는다.
이 선택 덕분에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누군가를 만나 삶이 바뀌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잠시 내 삶에 들어와 다시 일어날 힘을 주고 자신의 길로 떠나기도 한다. 그 관계 역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래서 《비긴 어게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성공적인 앨범도, 새로운 사랑도 아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뉴욕의 거리에서 음악을 만들며 다시 즐거워지는 순간들이다.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좋아했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비긴 어게인》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