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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소재로 한 한국 멜로영화 가운데 지금까지도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승민과 서연의 풋풋했던 관계와, 15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단순히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라기보다, 그때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과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다룬 영화에 가깝다.

기본정보
제목: 건축학개론
개봉: 2012년 3월 22일
감독: 이용주
장르: 멜로,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118분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조정석

줄거리

건축가로 일하고 있는 승민(엄태웅) 앞에 어느 날 대학 시절 첫사랑이었던 서연(한가인)이 찾아온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나타난 서연은 제주도에 있는 오래된 집을 새롭게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승민은 처음에는 서연의 부탁을 거절하려 하지만 결국 집을 맡게 되고, 두 사람은 설계와 공사를 위해 계속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현재와 15년 전 대학 시절을 오가며 두 사람이 어떻게 처음 만났고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대학생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음대생 서연(배수지)을 처음 만난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과제를 함께하면서 가까워지고, 승민은 서연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연애 경험이 없는 승민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친구 납득이에게 연애 상담까지 받아가며 용기를 내보지만 서연 역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결국 작은 오해와 질투가 쌓이고, 승민은 서연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남긴 채 관계를 끝내버린다. 그리고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등장인물

승민(엄태웅·이제훈)

서연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특히 대학 시절의 승민은 상대의 마음을 직접 확인하기보다 혼자 짐작하고 상처받으며 첫사랑을 놓쳐버린다.
서연(한가인·배수지)

밝고 적극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진짜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승민을 다시 찾아오는 행동 역시 단순히 집을 짓기 위한 부탁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납득이(조정석)

승민에게 연애를 가르쳐주는 친구다.

영화에서 가장 유쾌한 장면들을 담당하지만, 서툴기만 한 승민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관전포인트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제목처럼 ‘집’이다.
서연은 단순히 새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오래된 집을 다시 짓고 싶어 한다. 승민은 그 집을 설계하면서 서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된다.
건축은 완전히 빈 공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기존의 공간과 그곳에 쌓인 기억을 살펴보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해야 한다.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15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만남으로써 당시 자신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뒤늦게 이해하게 된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다. 이 노래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승민과 서연의 대학 시절을 연결하는 중요한 기억으로 사용된다. 시간이 흘러도 특정한 음악이나 장소가 순간적으로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는 경험을 영화가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영화의 주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연의 집이 완성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가 첫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사실상 확인한다. 대학 시절 서연 역시 승민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결국 오해한 채 헤어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는 두 사람을 다시 연인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승민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은채가 있고, 그는 결국 자신의 현재를 선택해 미국으로 떠난다. 서연은 승민이 완성한 제주도의 집에 남는다.
이 결말이 중요한 이유는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을 되찾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목적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하기 위한 것에 가깝다. 그때 하지 못했던 말과 오해를 확인했다고 해서 15년이라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완성된 집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지 않으면서도 그 위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처럼, 두 사람 역시 첫사랑의 기억을 지우지 않은 채 각자의 현재로 나아간다.
제목 ‘건축학개론’의 의미
건축학개론은 대학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수업의 이름이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보면 제목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의미가 있다. 승민은 건축을 배우면서 서연을 만나고, 시간이 흐른 뒤 실제 건축가가 되어 다시 서연의 집을 짓는다. 즉 건축의 시작과 첫사랑의 시작이 같은 순간에 놓여 있다.
집을 짓는 일처럼 관계 역시 기초를 만들고 서로의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시절 두 사람은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개론’이라는 말은 아직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의 서툰 첫 시작과도 잘 어울린다.

총평

《건축학개론》이 오랫동안 첫사랑 영화로 기억되는 이유는 두 사람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판타지를 보여주기보다, 좋아했지만 말하지 못했고 서로 오해했으며 결국 각자의 시간이 흘러버린 경험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성인이 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결말이 좋다. 과거의 사랑이 소중했다고 해서 현재의 삶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다시 돌아가면 다르게 행동하고 싶은 순간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대신 그 기억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해하고 지금의 삶 속에 남겨둘 수는 있다.
그래서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영화라기보다, 끝났지만 사라지지는 않은 첫사랑을 마음속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이 시간이 흘러도 이 작품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