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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은 《버닝》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부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고노동자 부부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부를 통해 사랑과 결혼뿐 아니라 노동, 계급, 욕망과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까지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기본정보
제목: 가능한 사랑 (Possible Love)
개봉: 2026년 9월 23일
감독: 이창동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64분
출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극장에서 먼저 개봉했으며,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작품을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어떤 사랑이 가능하며, 그것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질문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줄거리

미옥과 호석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살아가는 부부다.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 해고된 호석은 과거 동료들과 함께 해고에 맞서 싸웠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두 사람은 해고된 동료의 장례식장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를 만난다. 예지는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호석과 미옥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예지의 남편 상우는 호석과는 정반대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상우와 예지 부부, 하루하루 현실적인 문제를 감당해야 하는 호석과 미옥 부부는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점점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만남처럼 보인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대가 가진 것에 대한 부러움과 욕망, 감춰왔던 부부 사이의 균열이 조금씩 드러난다. 

등장인물

미옥(전도연)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상우와 예지를 만나면서 지금까지 외면했던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게 된다.
호석(설경구)

대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다. 해고는 단순히 직장을 잃은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까지 흔들어 놓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상우(조인성)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노동과는 멀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다른 인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다.
예지(조여정)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기록하려 하지만, 영화는 타인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가 정말 이해와 사랑이 될 수 있는지도 함께 질문한다. 


관전포인트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두 부부의 대비다. 한쪽에는 노동을 해도 경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노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어느 한쪽을 단순히 선하거나 악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특히 예지의 카메라가 흥미롭다. 해고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것은 선의에서 시작되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작품으로 만들어 자신의 성취로 가져가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미옥과 상우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감정 역시 단순한 불륜 이야기라기보다 내가 갖지 못한 삶에 대한 욕망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결말 해석

※ 여기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 네 사람은 상우의 바닷가 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드러나면서 두 부부의 관계는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영화는 누군가의 죽음이나 극적인 파국으로 이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다.
여러 일을 겪은 뒤 호석과 미옥은 다시 자신들의 작은 집으로 돌아온다. 미옥은 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말하고, 호석은 환기를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그녀를 달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연인이었던 때처럼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며 달을 바라본다.
이 장면이 제목인《가능한 사랑》과 연결된다.
두 사람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고 서로에게 남긴 상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시 같은 곳에 앉아 같은 달을 바라본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거창한 감정이라기보다, 상처와 실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도 다시 상대와 연결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에 가깝다. 

총평

《가능한 사랑》은 빠른 사건 전개나 명확한 결론을 기대한다면 다소 길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164분 동안 인물들의 대화와 시선, 작은 행동을 따라가며 네 사람이 가진 욕망을 조금씩 드러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꽤 오래 남는다.
경제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끼리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미 상처받은 관계에서도 사랑이 다시 가능할지를 묻는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이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 역시 사랑을 남녀 사이의 감정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관계라는 의미로 설명했다. 연합뉴스
마지막에 호석과 미옥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작은 집이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다시 나란히 앉는다.
그래서 제목도 ‘사랑’이 아니라 ‘가능한 사랑’인 것 같다.
완벽해서 가능한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과 상처를 확인한 뒤에도 다시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랑이다. 거창한 희망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마지막 달빛 아래 두 사람의 모습만으로 아주 작은 가능성을 남겨놓는 영화다.